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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나의 힘

지방 관객의 변

by babelfish 2007. 12. 23.

대관절,
  지방에서 다양한 영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것이
  지방 관객이 '그런' 영화만 찾기 때문이라 굽쇼?

" 민족 합성 대동단결 구국의 강철대오 참! 지! . . 방! "

그렇다면 서울에서 그나마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이유가
서울 관객들[만] '그렇지 않은' 영화를 원하기 때문이란 말씀입니까으~?

그런가?

절. 대. 그렇지 않다.
서울은 단지 쪽수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지방에선 얼마 되지 않는 다양한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이 인구수에 비례해서, 대학생 수에 비례해서 많을 뿐이다. 그런 서울에서도 단 하나의 개봉관이 겨우 버텨내었는데 지방의 어느 도시가 개봉관을 사수할 만큼의 관객을 확보할 수 있을까.....
(마산에서도 고양이를 일주일 만에 걷었는데 사실 그 정도면 극장주가 큰맘 먹은 거다)

영화가 스크린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관객이다.
그리고 관객이 영화관을 찾게 만드는 이유?  그건 재미다.
재미라는 낱말에 주는 의미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난 재미있으려고 극장 간다.
때깔 나는 조폭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유쾌, 상쾌, 통쾌나 우리 스무 살 때를 떠올리게 하는
끈적한 카타르시스나 그거 다 재미 아니냐? 좀... 다르긴 하지만 재미지.
'달마'와 '고양이'를 보면서 느끼는 재미가 같을 수야 없겠지만 난 '고양이'를 본 사람들이
재미가 아닌 ...... 소자본 영화에 대한 의무감이나  ...... 철학적인 사유를 위해서......
뭐, 그런 것 때문에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달마'를 보면서 느끼는 재미나 '고양이'를 보면서 느끼는 재미나 모두 소중한 감정이고
그런 두 부류의 영화 모두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해.

소자본 영화에게 적정한 스크린을 확보해 주는 제도?
그런 게 가능할까?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와 기업의 영리 활동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소자본 영화 중에 과연 어떤 영화를 어떻게 선별해서...... 영상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나로서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2001년 한국 영화계의 흥행 결과는 예술 영화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말해주는 냉정한 성적표의 의미도 담고 있을 것이다.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철저히 분석하고 세우는 현실적인 전략 없이는 내년에도 우리는 재 개봉 막 날에야 겨우 영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소수 마니아의 적극적인 움직임.
난 이런 움직임이 당장 현실적인 대안은 될 수 없더라도 그 방향은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작은 운동에 불과한 이런 관객들의 의사표현이, 그들의 용기가 미처 참여하지 못했던 다른 관객들에게 전염되고 예술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힘과 동기를 주고 돈줄을 움직이게 해서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에 성공하게 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우리는 보다 많은 다양한 영화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 고민을 극장주와 제작사와 배급사가?
아니면 법률안을 쥐고 있는 국회에서?
그렇게 해준다면 정말 눈물 날 일이지만 난 그보다는 관객 쪽에 희망을 걸고 싶다.
우리 영화 현실을 이렇게 만든 것도 관객이지만
우리 영화를 이만큼 끌어올린 것도 관객이고
우리 영화를 앞으로 발전시킬 주체도 관객이다.

어떤 특단의 조치가 스크린을 적절히 분배해 예술 영화를 개봉관에서 상영될 수 있게 했다 하자.
그러나 관객의 노력 없이 제도에 의해 극장에 내걸린 그 영화에 관객들이 조응해 줄까?
영화만 극장에 내 걸린다고 영화계가 발전하는 것은 아닐 거다 그 영화를 보고 같이 공감하며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관객을 길러내는 것도 영화를 발전시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일 거야.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

결국 희망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아, 그리고.... 내 주변에는 이제 그런 사람 없는데 아직도 영화 잘 보고 나와서 한국 영화 욕하는 사람 있거든
그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건가를 신중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건 영화를 논하기 이 전에 인간자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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