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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코로나 시국의 in 서울 트레일.

by babelfish 2020. 9. 27.

 대 역병의 시대.

 

 이렇게 손발 묶였을 땐 싸악 정리하고 네팔 같은 산동네 들어가 몇 달 쉬다 나오면 좋으련만 바깥은 더 난리라지. 하늘 길마저 닫혔어. 가봐야 뭘 못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갈 수도 없다고. 그나마 우리나라가 제일 안전하다니 감사하긴 한데, 도대체 접수가 안된다야. 맘 놓고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이 행성에 한 곳도 없단 게 뭔 소리야, 농담이 아니라 Covid가 진짜  WW3 여, 젠장.

 

 난 이 시국에 아직도, 아마 앞으로도 가장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게 코쟁이 놈들 정보국의 행태다. 정치와 기업은 거짓말할 수 있어. 지네들의 이익을 위해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런 놈들이니까. 그런데, 정보 가지고 먹고살던 늬들 뭐 했니? NSA, SIS, המוסד 이것들 지난 2월 한, 중, 일에서 코로나 터졌을 때 뭐 했냐고? 설마 일부러 모른 척한 게 아니라면 3개국 현황 파악해서 한국 시스템이 저 정도면 우리는 못 막는다는 정책 밀었어야지. 3차 대전 터질 판에 니들도 어디 처박혀 댓글 달고 있었냐?

 

  여행하다 보면 자연경관이나 문화 유적만큼 그 동네 사람들 사는 모습도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서두르지 않고 걱정의 스트레스도 낮은(것같아 보이는) 생활과 여행의 방식, 그런 거 좀 멋있어 보이거든. 지난 까미노에서 봤던 스페인 뒷골목도 그랬는데 평생을 다이나믹 코리아 모드로 아등바등 살던 헬조선 서민이 씨에스타의 느긋한 모습을 접했을 땐 그게 참 낯설면서도 보기 좋았어. 어설프게 그 모습을 흉내 내다가도 문득 '왜 서울에선 이게 안되지?' 라며 안타까웠던, 또 부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그런데 역병 창궐한 이 시국에 걔들 대처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그 여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이 걱정으로 바뀌는 거라. 모드 전환하기 만만찮을 거야. 기실 개인의 성향보다는 사회 구성원의 합의, 시스템의 작동 방향. 그런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만 대충이라도 접점 찾아봐라. 이래서야 이 난리가 언제 끝나겠니. 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빨리 그 길을 다시 걷고 싶은 이기적인 트레커로서의 부탁이야. '야 이 색히들아, 이젠 제발 걱정도 좀 하고 살어라.' 

 

 

 그래서(?) 꾸려보는 [ 내 맘대로 서울 트레일 코스 ] 따란~!

 컨셉은 단순하다. 첫차 타고 대충 한 시간쯤 나갔다가, 집(광진교 남단)까지 걸어서 복귀.

 전염병 예방의 관점에서 한강 산책이나 서울 시내 산행은 일상의 '장보기'보다 위험하다. '마스크 쓰기'를 대형마트는 강제하다시피 하고 재래시장에서도 꽤 강하게 권하고 있어서 기본 수칙만 잘 지키면 어지간한 위험은 '귀가 후 손 씻기' 선에서 정리되거든. 그런데 야외에서는 뭔 자신감인 지 마스크를 턱에 걸거나 아예 쓰지 않은 사람이 많아. 어깨 부딪힐 거리에서 '습, 습~후, 후!' 큰 숨 몰아쉬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갈 땐 아찔하다니까. '숨차면 마스크 내릴 게 아니라 속력 늦춰서 호흡을 찾으라고!'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싸돌아 다니면서도 감염의 확률을 낮추려면 지켜야 할 규칙과 필수 템이 있다.

 

 

 당연히 솔플, 자전거라면 모를까 걸어서 하루 30km씩 따라오겠다는 애들도 이젠 없어.

 새벽 방역을 끝낸 가장 깨끗하고 승객 밀도 낮은 첫 차를 이용해서 이동.

 최 밀접 접촉자 - 편의점 직원, 마스크 착용 & 비접촉 식 간편 결제 이용.

 귀가 후 풀템 세탁, 특히 뭘 밟고 다녔는지 알 수 없는 신발은 염소 소독.

 

 장갑 - 간단한 오염과 습관적 얼굴 만지기, 눈 비비기 방지용.

손 세정제 - 장갑 벗으면 습관적으로 쓱~싹.

 

 비말 차단 풀템 : 마스크, 고글, 모자+볕 가리개.

사회적 거리 두기-Lv, 자체 2.5 - 타인과 비말 교환을 거부하는 수줍은 드레스코드.

 

점심 먹을 장소 정화 - 염소 용액에 적신 걸래를 준비할 것. 어, .....저 노란 건 신경쓰지마.

 

 점심 - 식당은 피하고 편의점에서 보급한 샌드위치와 우유 - 한적한 벤치에서 휴식.

반포 지구에서도 발가락 말릴 인적 드문 벤치를 찾을 수 있지. 까미노의 필드 메뉴얼은 여전히 유효해.

 뭔 재난 대처를 덕질처럼 하는 것 같아 유난스럽긴 한데, 요즘처럼 새로운 규칙들이 생길 때 마지못해 따라가게 되면 끌려가는 느낌이라 피곤하잖아. 게다가 청이 제안하는 기준은 '표준 규범'이라 좀 듬성듬성 하거든, 내 상황에 맞는 방침은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덕질의 완성은 커스터마이징이라능. 매뉴얼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한 발짝 앞서 가는 게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야. 나는 C.D.C가 말하는 '시민이 방역 주체가 되어주세요.'의 의미가 이거라고 봐.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늬들도 수월하지 않겠니,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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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잠깐만,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람. 퍼트리는 놈들은 간단한 규칙도 무시하며 배 째라는데 막는 사람들만 진즉 호미로 정리했어야 했을 것을 가래 들고 뺑이쳐야 하냐고. New Normal이란 게 이런 거였어?

 디아블로라는 양놈들 게임하면서 공감하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마녀단에 대한 끔찍한 묘사였다. '기껏해야 믿는 신이 다르다는 것뿐이잖아. 아무리 악마 숭배하는 이교도라도 걔들도 말 통하는 사람이고 단원들 개개인의 사정도 있을 텐데 지나치게 단순 & 악마 화하는 거 아냐?' 그랬어. 가까운 우리 역사 - 한 말의 천주교 박해를 떠올릴 때도 당하는 입장에 감정 이입해서 그런지 '이게 뭐 그리 사람 잡으면서 까지 할 일인가....' 싶었거든, 그런데 와~ 최소한의 룰은 공유하리라 믿었던 사회 구성원이 함께 이룬 성과는 다 누리면서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전체를 위험에 빠트려놓고서도 시침 뚝 때고 아닌 척하며 그 위험을 더 키우는 꼴을 보고 있자니 그 잔혹한 묘사가 이해되더라. 아, 물론 병인년의 천주 신자님들과 게임 설정 상의 이교도는 많이 다르다. 박해받는 사람들만 보다가 그들을 막아야 하는 쪽도 보게 되면서 늘어난 생각만 짚어본 거라고. 성체 지하에 숨어든 악마들이야 냄새나고 뿔이라도 달렸지, 인두겁으로 무장한 이교도들은 옷 갈아입고 숨으면 찾을 수도 없잖아. 아쿠 무셔, 무서워 숨지것네. 짐작컨데 그 폭력의 동력 또한 '공포'였을 거라. 십자군 전쟁의 전선을 걸으면서도 안 풀렸던 게 이제사 정리된다야. 거리두기 단계와 함께 교양 레벨도 올라갔어. 땡큐다, 아주 그냥 할렐루야여. 늬들이 믿는 게 돈의 神이건 거짓 선지자건 그것들 붙잡고 화이팅해봐라, 삼도천 건너 염라 앞에 섰을 때 부디 내가 느낀 감사함을 제대로 정산받을 수 있길 시바신께 빌어줄게.

 

칼리 누나, 쟤들 가거든 혼내 주세요.

 

 

 

 자, 그만 떠들고 걸으실게요~

 

1 구간 : 방화역 - 한강 둔치길.

평탄하고 보급 사정 좋은, 가장 길지만 어렵진 않은 길. 도상 거리 35km

05:34' 5호선 출발. 
06:47 방화역 착. 07:00 출발. 
08:45 - 8.1km 안양천 합수부.
09:15 - 2.2km 양화공원.
10:00 - 3.3km 서울교 밑.
11:30 - 4.9km 노량대교 밑.
12:30 - 3.9km 반미니. 
--------- 점심. 30분 휴식--------- / 13:00 발.
14:40 - 7.6km 청담 남단.
16:20 - 6.9km 광나루 지구.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고 걷는 뻥 뚫린 길. 여름엔 출발부터 해가 중천이다.
여의도 구간엔 이런 아기자기한 길도 있고,
아주 긴 그늘이 보장되는 노량 대교 밑.
탄천 합수부. 참 다양한 풍광. 순수하게 '걷기'만을 생각하면 가장 좋은 구간이다.
그늘진 벤치와 쓰레기통, 충분한 화장실과 식수. 여러 모로 트레커를 위한 복지가 많은 길이야.

 

 

 

2 구간 : 서대문역 출발, 인왕/북악/낙산 - 흥인지문-청계천-중랑천-한강길.

산과 강을 엮어 대략 30km. 

05:34' 5호선 출발.  
06:10 - 독립문역 하차,  6:15 출발
07:00 - 2.7 km, 인왕산 정상. / 07:20 발.
07:50 - 2.0 km, 창의문. 
09:40 - CU 혜화 - 점심 보급
09:45 - 4.7km, 혜화문. 
10:20 - 1.4km, 낙산.
--------- 점심 식사 --------- / 10:50 발.
11:20 흥인지문  통과 청계천 진입.    ~ 청계천 ~  중랑천  ~  한강.
15:40 - 18 km, 광나루 지구.

 

인왕 찍고 내려와서 북악 시작할 때 만나는 고약한 오르막.
숙정문,  한양의 북대문.
흥인지문, 여기까지만 하고 끊어도 꽤 괜찮은 구간이다.
청계천 부터는 죄다 평지라 다리의 피로는 쌓이지만 근육 뭉친건 풀어지는 느긋한 구간.
근데, 한강에 비해서 청계천과 중랑천이 좀 투박하긴 해.

 

 

 

3 구간 : 서울 둘레길 1,2코스 + 광진교.

도상 32km 인데 둘레길 1코스가 좀 험하다. 수락산은 산의 결과 다르게 억지로 길을 이어붙인 느낌.

05:34' 5호선 출발.  
06:20 도봉산역 2번 출구,  6:30 출발. 
13:00 - 18.6km 화랑대역. '보조 코스(4.3km)'까지 더하니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야.
--------- 40분 점심 --------- / 13:40 발.
14:40 - 4.5km 망우리 공원묘역.
16:10 - 4.7km 아차산 팔각정, 16:30 발.
17:20 - 4.2 km 광나루 지구.

 

서울 둘레길 1, 2코스 사이엔 이런 도심 길도 걸어야해.
둘레길 2코스는 망우 공원 묘역에서 시작.
용마산도 급한 오르막이 있긴한데 짧아서....... 이정도면 디저트.
해넘이 시각에 맞춰오면 썩 좋다. 서울의 일몰 명소.
괜찮다니까.

 

 

 

4 구간 : 양수 - 강북 강변길.

30km 정도의 평이한 길인데 강북이라 보급 사정이 안좋다.

05:34' 5호선 출발.  
06:41 양수역 착. 07:00 출발.
08:00 - 5.5km 능내역.
09:20 - 5.7 km 팔당교(≠팔당대교) 아래. 
11:00 - 7.2km 한강공원 삼패 지구 편의점 보급.
--------- 미사대교 아래 점심 ---------  / 11:30 발. 
12:40 - 5.8km 강동대교 밑.
13:40 - 2.9km 암사대교 밑.
14:40 - 4.7km 광나루 지구.

 

한강 가마우지 왤케 많아졌지?
자전거 타면서도 천천히 가고 싶었던 시원한 터널.
한강 자전거 길 중 가장 가파른 수석리 토성길도 걸어 넘으니 수월해.
오르락 내리락, 좀 험하긴해도 남쪽 길보다 재밋는 자전거 길. 걸어도 마찬가지.
청평까지 50km 였나? 가을에 한 번 밟아봐야겠다.

 

 

 

5 구간 : 검단산 줄기 - 장작/용마/검단산 - 팔당대교부터 한강길.

장작/용마 구간은 인적도 드물고 길이 좀 험하다. 젤루 빡쌨던 길이야.
폰 배터리 절전모드 때문에 거리가 좀 깎였는디, 암튼 11시간 넘게 걸었네.....-.-;;;

05:10 - 천호 우체국, 13번 승차.
06:10 - 번천 삼거리 정류장 하차. 06:20 출발.
07:20 - 2.5km 장작산 정상.
09:30 - 3.8km 용마산 정상.
10:30 - 1.7km 두리봉 정상.
11:40 - 2.0km 검단산 정상.
13:15 - 3.6km 애니메이션 고. 편의점 점심 셑 구입.
13:30 - 1.0km - 산곡교.
--------- 점심 + 30분 휴식 --------- / 14:00 발.
17:35 - 16.5km 광나루 지구.

 

와, 이거 뭐냐? 산행 초입이 이 꼴이면 이게 뭔 서울 근교 산행이야, 오지 탐험이지.
장작산, 용마산, 두리봉, 검단산...... 짧은 길이에 업/다운이 심해 많이 가파른 길이다.
산길 끝내고 점심 먹으면서 강변 모드로 전환.
자전거로 늘 다니던 길. 전혀 다른 속력으로 걷는 것도 좋아.
자전거 길과 분리되어 잘 정비된 흙 바닥. 한강에서 걷기 가장 좋은 길도 이 구간에 있네.

 

 

 

다 모아놓으니 괜찮은데? 그럴싸하다야.

 

 

 

이번 주 다스뵈이다 기모란 선생님 말씀 중 발췌.

 털보 :  선생님, 그러면 예전과 같은 왁자지껄한 도시 여행은 언제쯤 가능해요?

 쌤 :

 1.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그 효과가 100%는 아니어서,  

 2. 궁극적으로 '치료제'가 필요한데 그건 더 오래 걸리지.  

 3. 하여, 낙관적으로 봐도 예전 같은 여행은 2022년 말쯤?  

 4. '백신'같은 해결책도 목메고 기다리면 지치니 적당히 느린 호흡으로 이 상황에 적응할 것.

 

*

 

 그러니 한동안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 버텨야지, 난 살아남을 테야. 역병에 대응하는 이 길의 조합은 Camino De Campamento_base라 하자. [ C.D.C ] 뭔 이니셜을 이따위로 뽑냐고? 내 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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