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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Annapurna Circuit_2015

푸동 환승, 곤명 공항 노숙

by babelfish 2015. 3. 11.

01_중국 출입국.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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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_네팔 출입국.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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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_네팔 비자 폼.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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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1월 즈음에 인터넷에서 찾아 모아둔 출입국 관련 서류들. 웹에서 긁어둔 거라 딱히 정리된 건 아니니 참고로만 볼 것. 모바일 기기에 넣어 볼 수 있게 폰트를 좀 크게 해 두었다. 네팔 비자 폼은 사전에 작성해서 프린트해 두면 OK. 아마도 서류 폼은 조금씩 바뀌겠지만 상식 선에서 기재하면 된다. 2월에 들어간 네팔 비자폼도 저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문제없이 발급받았다. 그래도 최신버전이 있다면 찾아두는 게 좋겠지?

*

 2년 전, 인도 여행 마무리할 때쯤 다음 여행지로 점찍었었던 동네. 

 인도 여행 계획할 때만 해도 히말라야를 오를 생각은 없었다 인도 여행 동선 변경하다가 '오호~ 바로 옆 동네에 네팔이 있어? 이 구질 구질한 나라 돌아댕기는 거 짜증 나던 차 환기시킬 겸 한 번 가보지 뭐' , '네팔에 산도 있어? 그게 히말라야라고?  헐~, 어디 보자 코스가.... 2박 3일? , 아니 5박 6일 코스가 괜찮다니 산 한 번 타볼까? 코스 이름이 뭐 래드라.....'그래요, 무식해서 용감했어요. 그렇게 별 각오도 준비도 없이 올라갔던, 그러니까 계획 파탄, 주먹구구의 결과로 가게되었던 ABC. 남는 시간을 배분해 즉흥적으로 선택한 산행이었지만 어릴 적 산 깨나 타던 나에게 기대보다 큰 보너스 같은 즐거움이었다. 무려 히말라야라니, 좋았던 만큼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번엔 준비 단단히 해서 천천히, 더 높이, 더 깊게 들어가 봐야겠다는 숙제를 받아왔었고 이제 그걸 해결하러 네팔로 간다.

 이번 네팔행은 여행보다는 산행에 무게를 두고 겸손하게 '산이나 잠깐 타려구요.....' 컨셉의 안나 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30 일 짜리 비자. 2년 전 15 일 일정의 네팔과는 좀 다를까? 큰 줄기는 비슷하다. 산 타고, 포카라에서 좀 쉬고, 룸비니에서 마저 쉬고, 유적지 좀 돌아보고. [ 카트만두 in/out ]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예산 배정. 좀 여유롭게 짰다. 항공료 50만, 일일 경비 3만 * 30일, 비상금 100 불. 순수 여행경비는 150만. 거기에 면세점과 산행을 위한 장비 마련까지 더하면 총예산 200만 원. 한 달 일정의 해외여행 비용이라기엔 깜짝 놀랄 만큼 저렴한 금액이지만 그러고도 여유로울 수 있는 곳이 네팔이다. 아마도 전 세계 여행지 중 만족도 대비 가장 저렴한 곳. 그래서 현지인이 치르는 가격과 비교해서 다소 많은 요금을 지불하더라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너그럽게 누릴 수 있다. 이번 여행은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지난번 인도 여행의 A/S다. 크게 다르지 않은 문화권, 거의 한 묶음인 경제권,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동네라 만만하긴 하지만 그래도 5,416M의 고지가 기다리고 있다 하니 긴장하고 시작해 볼까?

 

▒ ▒ ▒ [02.02] ▒ ▒ ▒

 공덕 역에서 공항철도 환승, 좀 번거롭긴 해도 저렴하고 시간 정확한 기차 편도 좋네. 큼직한 가방이 가득한, 나리타에서 도쿄 들어가던 교외선이 기억나는 풍경.

 

언제나, 여행의 첫 사진은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찍는다는 쪼잔하지만 소중한 내 징크스.

실실 쪼개는 저 표정, 세상 만만하다는 실없음이 이번 여행의 기본 톤이다.

동방항공, 스카이스캐너 경유 이부커에서 299 파운드(대략 52만 원)로 결제. 

 돌아가는 요우커들의 쇼핑백, 여행 내내 만나게 되는 중국인 관광객-인천에서부터 시작. 저게 기내로 들고 가는 짐이니 수하물로 보낸 건 얼마나 되는 거야? 님들 쇼핑 공간 넉넉하시라고 난 기내에 손가방 하나만 들고 탔어요. 배포 큰 쇼핑 감사.

 창가 좌석에 앉아 덜덜거리는 날개를 보고 있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착륙할 때 엔진 꺼지면..... 활강이라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이륙할 때 실속하면 그냥 사요나란데 왕복 6번의 비행. 이거 괜찮을까? (도로 상의 교통사고에 대한 걱정보단 훨씬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근데 막상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상상 속에서 덜컥 겁이 나거나 그러진 않는다. 갈 때 되면 가는 거지. 항공기 사고처럼 고통 없이 한 방에 보내주시면 오히려 감사한 거 아냐? 약간 달떠있어서 그런가? 어쩌면 지금 난 말 그대로 살짝 High~ 인 상태. 근데 이거 A-320 이잖아, 불안한 감이 아주 없지는 않다 (-.-;;

 

 

 기내식, 김치볶음밥과 햄버거, 푸딩. 저 모닝빵을 잘라 햄과 야채, 버터로 햄버거를 만들어먹으니 옆 자리에 앉아있던 중국 초딩들이 빵 뜯어먹다 말고 경악한다. 짜식들. 여행은 짬밥이얌마. 늬들이랑 나는 먹은 기내식 수가 다르지. 

 52만 원의 저렴한 가격에 비행 6번, 식사 4번 간식 2번. 품질에 대해 뭐라 불평할 여건은 아니다. 나름 만족했던 비행 편.

상해 푸동공항. 어둡다. 낮에 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딱 이 정도의 조도였다.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어두웠다. 그리고 추웠다. 으~ 부피 있는 옷들은 죄다 수하물로 보낸 터라 조금 고생했네.

한 끼 50위안 선의 식당가. 그렇지만 비행 내내 뭘 자꾸 멕여댄 통에 공항에선 맛집 헌팅은 포기.

 

 타고 내리기. 제주 오가는 길 김포공항에서도 저런 식으로 하긴 하던데 국제선도 브릿지 없이 이렇게 태우나?

 곤명 공항에선 12시간 정도를 지내야 하는데 이게 짧지만 외국 땅에 머무는 거라 당연히 비자가 필요하다. 중국 환승 비자 - 받는 곳이 별도로 있는 건 아니고 입국심사받을 때 하드 카피된 비행 스케줄표를 보여주고 설명하면 입국도장 찍으면서 하루 버틸 비자도 같이 찍어준다. 나처럼 2회 경유자는 24시간 비자. 1회 경유는 72시간 비자. 근데, 비자를 발급해 준 직원은 카트만두를 인도의 도시로 알고 있었고 비행 스케줄표조차 볼 줄 몰랐다..... 이거 진짜 그런 걸까? 아님 일종의 뻥카였을까? 상식 밖이잖아 국제공항 입국심사 직원-> 팀장급이 중국 항공사의 비행 스케줄표를 보고 갸우뚱거린다는 게. 그러다가 '아, 얘들 연기하는 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내가 가진 스케줄표가 정상적인 사이트 예매를 통해 받은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 '공항 직원들이 비행 스케줄 표도 못 보나?'라고 생각하지만 위조한 여권과 서류를 가지고 온 밀입국자(?)였다면 여권과 스케줄표를 번갈아보며 갸우뚱거리는 직원들을 보고 맘이 편치는 않았겠지?  돌아오는 길 곤명에서 그 의심이 좀 더 명확해졌다. 공항직원 유니폼이 아니라 군복 입은 공안 같아 뵈는 스텝이 나를 따로 불러내서는 살짝 취조하는 분위기로,

 "어디로 간다고?"
 " 한쿡, 나 한궐련임."
 "오늘? 출발 시각이 몇 시야?"
 "아, 내일 아침이라니까. 여기 적혀있잖아" 
 "내일 한국 갈 거라고?"
 "ㅇㅇ"
 "확실해?" (워딩이 Are you sure?이었는데 이게 뉘앙스가 "과연 니가 한국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였다.)
 "그럼, 동방항공에서 비행 스케줄 확인했어. 그리고 돈도 다 냈단 말이야"  천진난만하게 "ㅇㅇ, 결제했음" 식의 대응을 했더니, "오케이, 잘 가세염~"
 "(이 색히가.....?)"
뻥카 맞네.

▒ ▒ ▒ [02.03] ▒ ▒ ▒

밤을 지샌 곤명 공항.

공항 건물 바깥으로 나가는 문 1번 출입구 앞에서 뒤돌아보면 2층에 스벅 간판이 보이다.

 네팔 입성의 첫 관문. 환승대기 11시간 30분의 곤명 공항에서의 노숙. 아는 사람만 아는 명당. 아오, 어제는 여기 별다방을 놓쳐 3층 출국장 로비에서 자다가 졸다가 하면서 새벽을 맞았네. 초행에 명당 직행은 쉽지 않더라. 한 두어 시간 졸았을까? 지리한 밤이 끝나고 멍해진 의식을 뚫고 해가 뜨고 아침이 오면 신기하게도 졸린 건 사라지고 몸은 깨어난다. 물론 전체적인 능력치는 떨어지는데 몸은 지 맘대로 기상해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려 한다. 몸을 막 쓸 때의 느낌, 뇌와 관계없는 신체 각 파츠의 리부팅. 이렇게 몸이 축나는 거지. 어제 푸동에서 환승할 때만 해도 야~ 이거 네팔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빠질 것 같다며 걱정했었는데 막상 공항 노숙 첫 밤을 버티고난 느낌은 '이거 할만한데?' 이런 노숙이 불편하고 싫어야 좀 럭셔리한 여행을 할 텐데 체질이 머슴이라 견딜만한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재밌어!

레스토랑의 아침 조회(?)

 중국 공항에서 이틀 노숙자로 살면서 살펴본 느낌으론 '어? 이 사람들 우리랑 별 다를 것도 없네?'였다. 이 정도의 많은 수의 중국사람들이 모여있는데 그닥 시끄럽지도 않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2년 전 인도를 여행할 때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아오, 꼴까타에서의 그 짱깨 색히들은 지금쯤 장강에 휩쓸려 떠내려갔겠지?) 이번 여행에선 만난 중국 관광객들의 매너는 대부분 괜찮았다. 이제 동등한 세계시민으로 서로를 인정 (이래 봤자 딱히 할 게 뭐 있겠어? 짱깨 욕할 것 없이 내 할 일이나 잘하자.... 그런 거지) 해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물량 전 싫어하는 나로선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멕도날드 마크 같은 것이 벽을 타고 파도치고 있는 형상의 인테리어. 저건 무슨 의미의 디자인일까?

곤명 출발. 정비 점검 직원들이 손을 흔들어준다......ㅎㅎ  잘 다녀올 테니 한 달 뒤에 봅시다.

지난번처럼 빡빡하게 굴지 않을 거예요. 살살할 테니 맘 노셔. 응원 감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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