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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Annapurna Circuit_2015

출발_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by babelfish 2015. 2. 2.

 오늘 출발이다. 16:00 인천 발 동방항공.

 여행하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내 안의 두 가지 방식이 부딪히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단단하게 무장한 나의 가치관과 현지의 방식이 부딪히는 문화 충격을 즐기는 방식이 그 하나. 또 다른 하나는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물 흐르듯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고 받아들이며 낯선 경험들로 채워나가는 방식. 물론 완전히 분리된 방법은 아니어서 상황에 맞게 섞어가며 여행하게 되지만 가끔은 어떤 자세를 잡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두 번째 방법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사용하기 위해 첫 번째 방식으로 시작한다. 내 인생관/가치관에 대한 반성....... 까지는 아니라도 ' 야~ 이걸 저런 식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가능하구나'는 환기랄까?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생각을 풀어가는 진입각'을 이전과 다르게 가늠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여행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선물. 정글 같은 여행지에서 내뱉는 푸념은 결국, 나를 드러내는 말이고 난생처음 보고 듣는 것들이 채워지는 모습은 내가 원래 어떤 모양의 그릇이었는 지를 말해준다.

 이번 여행엔 또 어떤 쪽팔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가자, 카트만두로 !!

이번 예산은 아주 그냥 럭셔리하게 마련했어, 하루 평균 예산 2,500NPR.

한여름의 옷을 입고 짊어지게 될 한겨울의 장비들.

*

 여행기로 구라 치지 말 것.

  여행 준비 중 하나로 서점에서 여러 여행기를 살펴보게 되는데 여행 작가들 중에 쪼랩들이 그런 경우가 있다. 어설픈 여행가, 아마추어 글쟁이가 본인의 하찮은 경험을 어떻게든 어필하고 싶어 여행기를 소설처럼 적다 보면 썩 높은 확률로 양심을 팔아넘기는 거짓의 유혹을 받나 보다. 소설이 어차피 거짓말이 아니냐고? 소설은 그렇지. 그런데 작가가 창작했음을 전제로 한 가공의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직접 경험을 이야기로 엮은 '여행기'가 그래선 안되지. 이야기를 실제 일어났던 경험의 궤적을 따라 기록할 것인가? 그럴싸하게 지어낸 이야기에 맞춰 에피소드를 꾸며낼 것인가? 이 지점이 여행기를 기행문으로 적느냐, 소설로 적느냐의 갈림길이다. 

  양심적이지 않은 작가들은 에피소드를 창작한다.(허언증 환자에게 양심을 요구하는 게 좀 잔인하기는 한데..... 암튼, 그런 이야기들 대부분이 현실과 맞지 않은 데다 유치하다. 뭐 그런 거짓말을 스스로 박제까지 하나.) 아마추어인 본인에게야 뭐라고 이야기를 꾸며대도 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할 이역만리 떨어진 별세계지, 인도? 산티아고? 히말라야? 마추픽추? 더 이상 새로운 여행지가 어디 있나?  이미 여행자들이 충분히 가봤을 법한 곳의 경험을 소재로 구라를 친다는 건 무식할 때만 구동되는 용기지. 해당 지역 여행 동호회 게시판 정보만 잘 읽어봤어도 저지르지 않았을 오류가 널린 거짓 여행기를 쓰는 애들은 최소한의 조사도 하지 않은 건가? 수령님 구름 타고 달리시다 솔방울로 만드신 수류탄을 연못에 던졌더니 산신령이 나타나 금 수류탄이 네 수류탄이냐 은 수류탄이 네 수류탄이냐고 묻는, 그딴 해괴망측한 소설을 여행기라고 출판씩이나.(-.-;;; 그렇게나 뻔한 거짓말임에도 불구하고 젠장 누군가는 속는다. 특히나 셈에 어둡고,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스스로 판별한 정보와 사고를 통해 무언가를 검증해 보는 훈련을 받지 못한 세상 읽는 눈이 천진난만한 독자들. 혹은 그냥 아직 어려 경험이 부족한 친구들. 이런 독자들은 여행지도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서 (친구가 괌에서 약 올린다고 냅다 따라가선 더 싸게 왔다고 자랑하는 게 요즘 여행광고 수준..-.-;;) 특히나 위험하다. 허언증 환자들이 팔아먹는 거짓 이야기가 이런 분들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판타지 소설에 현혹당한 여행은 제대로 된 경계심도 없이 환상을 기대하며 위험한 곳까지 들어갈 수도 있고 크고 작은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진다. 구라쟁이 작가들은 현지에서 발생하는 그런 범죄의 공범인 셈이다. 공상 허언증은 재능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출판사가 아니라 병원으로 가라. 

현지 경험 있는 독자가 보기에 거짓 여행기 란 게 딱 요정도다. 자칭 군사 전문가라는 모 의원 수준이 이랬지 아마? 자료 조사라도 제대로 하던가... 쯧~

 방문자 없는 블로그에 적게 될 일기 같은 여행기지만 이것도 글질이라 조심스럽다. 예전 하이텔 시절(아, 그리운 '세계로 가는 기차!')에 비하면 그 의미가 한없이 가벼워지긴 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도 나름 정보를 담고 있는 웹 출판이어서 내가 적는 글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정보에 문제가 없더라도 오독으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굳이 욕심을 채워 글을 적어 올리기보단 조용히 백스페이스를 눌러 생각을 묻어두는 게 현명한 행동일 테지. 양심적인 여행 작가들이 자신이 소개한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보며 현장의 위험을 조금 더 준엄하게 경고하지 못해 그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 같아 자신의 책임인 양 가슴 아파하는 것을 보며 지극히 사적인 기록임에도 글질은 조심조심. 근데 한 번 다녀온 곳이라 글이 많을 것 같진 않다. 어차피 사진으로 다 때울 거면서 뭔 혓바닥이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 이상, 여행기가 예능이 아닌 다큐일 것에 대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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