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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India_2012-3

인도 여행 팁

by babelfish 2014. 3. 20.

 01. 고생스럽냐고? 위험하냐고?

  당연히 힘들고 위험하다. 온수 시간 맞춰서 아껴 써야 하고, 난방 시설이란 건 아예 없고, 온 동네가 불편하고 더러운 사기꾼 천국. 40대 남자인 나에게도 성희롱이 날아들었으니 여성 여행객이라면 기분 나쁜 추근거림, 가벼운 희롱 정도는 기본 옵션이라고 각오해야 한다. 2~3년 전만 해도 인도엔 많은 여성 여행객들도 무탈하게 잘 다니고 있었고 또 그런 여행객들이 크게 걱정되진 않았었는데 요 몇 년 사이 인도의 성범죄는 걱정을 좀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올해 초 보드가야에서 발생했던 일본 여성 강간 사건은 특히나 심각한 게 고용한 가이드가 강간범으로 돌변해 버리면 이건 뭐 혼자선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게다가 성범죄뿐만 아니라  이눔의 나라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내부 갈등의 압력이 점점 더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기타 잡 범죄도 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아마 앞으로도 한 동안은 점점 심해질 테지. 그러니 여성분 혼자 인도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말리고 싶다.  혹 혼자서 출발하더라도 델리 기점으로 움직이면 라자흐스탄을 벗어나기 전에 일행을 구할 수 있으니 최소 2 명 이상이 모여 여행하길 당부한다. 그리고, 이거 좀 중요한데 20대 초반의 여성들의 경우에 아직 사회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친절을 가장한 접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서양애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얌전(?)한 동양인이 타겟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원하지 않는 접근/간섭에 대해선 좀 심했나(?) 싶을 만큼 확실하게 'NO'라고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얌전하게 '저기... 괜찮아요.....'라고 할 게 아니라 필요 없으니 내 앞에서 꺼지라고 단호한 GR을 해줘야 한단 말이다.

 - 외국의 사건 사고 보도가 의례 그렇듯이 인도 소식도 그동네 언론을 인용한 보도를 접하는 게 고작인 우리나라에선 인도의 성범죄가 요즘 들어 급격히 증가한 걸로 보일 수 있겠지만 작금의 언론이 겁주는 그런 정도는 아닐 게다. 오히려 예전엔 잘 알려지지도 않던 사건을 보도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인도라는 사회가 그 사실을 심각하게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치안 문제를 지적하며 현 집권층을 흔들어야 한다든가..... 뭐 그딴 정치적인 이유도 없진 않을 테고. 그러니까 작년까지 크-린하던 인도의 성범죄가 올해 이만큼이나 증가한 건 아니란 말이다. 경계 레벨은 좀 더 높이는 게 맞지만 너~ 무 겁먹을 필요는 없.... 기는 한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데 궂이 인도를 가야 할까? 에 대해선 각자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 힐링? 휴식? 웃기지 마셔. 처음 가는 인도에 그런 거 없다. 20 년 전에 출판된 구닥다리 여행기 따위에 낚이지 말고 프렌즈(솔까 인도 여행안내서 중에 이만한 거 없다.) 최신판 읽어보고 방랑기 카페라도 돌아보고 스스로 정보 걸러서 결정해야 후회 안 한다.

 내가 3개월 동안 인도를 돌아보고서 제일 기억에 남은 건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반응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는 굳이 꺼낼 필요 없었던, 익숙한 공동체의 규칙 속에서 보호받던 '자아'같은 게 툭 튀어나올 때, 그 새로운 나를 인지하는 순간이 참 재밌다.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길을 물어볼 때도 여지껏 당연하게 공유되던 방식이 통하질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룰을 찾는 과정에서 이젠 쓸모 없어진 갑옷을 벗듯 익숙했던 방식에 대한 고집을 하나하나 내려놓으면서, 그리고 지금 내게 필요한 방법을 익혀가면서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인 지가 보이는 거다. 비유하자면 그릇에 담긴 내용물을 비웠다가 바닥 확인하고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 그릇 자체의 모습을 알게 된달까? 인도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아마도 그건 인도에 있던 것이라기 보단 그 그릇 속에 원래 있었지만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일 게다. 그렇게 나 자신을 비우고 뒤집어서 탈탈 털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한 번 도전해 보시라. 안전에는 좀 더 신경 쓰면서.

  

02. 인도 상인들의 구라에 대처하는 자세.

  가진 건 돈 밖에 없는 물정에 어두운 여행객이다 보니 현지 상인들이 정직해도 만만찮은 여행인데 온통 구라쟁이들이라 몸도 마음도 쉬이 지친다. 자잘한 것들은 속아주거나 패스하거나 하면서 넘기다 보면 어느새 그 사기꾼들 귀여워 보일 때가 오니 '아니 어찌 저럴 수가 있나?' 라며 크게 스트레스받지 말 것. 그런데 간혹 시비가 좀 크게 붙어서 언성을 높여야 하는 경우가 오면? 난 그냥 한국말로 욕을 있는 대로 퍼부었다. 위에서 말한 GR이 이런 거다. (우리 욕이 참 좋은 게 정확한 뜻을 몰라도 그 의미 전달은 확실하게 된다. 외국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도 알아들을 걸?)

 우리 기준으로 '사기꾼'이라면 질이 썩 안 좋은 사람들이고 그래서 험한 일 당할 수도 있지 않나 싶어 지례 쫄아서 소극적으로 대하는 분들도 많은데, '힌디안 브로가 관광객에게 나쁜 수작을 걸고 있다'라는 사실을 쌍방이 인지한 순간-이 타이밍에서 밀리면 안 된다. 그러니까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지 못하고 얌전하게 대하면 걔들 입장에선 더한 짓을 해도 반항하지 못할 호구로 접수되는 거다. 그러면 진짜 탈탈 털리거나 위험해질 수도 있다. 상황 봐가면서 대처해야겠지만 대낮, 공공시설처럼 안전에 문제가 없을 장소라면 대차게 나가셔도 된다. 걔들 껄렁거리며 사기의 고수인 척해도 수 얕고 빤하다. 게다가 일상생활에서 견디는 스트레스는 우리나라가 세계 탑 클라스다. 우리 맷집이 더 좋다는 말이다.  한국 진상이 뭔지 한 번 보여주까? 하고 나가시면 대부분 기싸움에선 이긴다. 잡것들 앞에서 쫄 필요 없다.

  -  그렇다면 흥정은 어느 정도로?

 여행 내내 불편하게 만드는 인도 상인들 구라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스트레스받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그렇다고 달라는 대로 주고 다니면 파산!  호구 잡히지 않고 예산에 악영향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흥정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이건 어쩌면 인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 서양 여행객들 흥정하는 걸 보고면 재밌는데 얘들은 우리랑 다르게 상인들 만나서 농담부터 한다. 한 10 여분 시시덕 거리면서 동네 정보 주워듣다가 '그래서 그건 얼만데?' 이런 식. 거래를 마치고 나름 만족하고 싸게 샀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슬쩍 곁눈질로보니, 왼걸? 만족할만한 가격은 아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 가격과 자신의 흥정 스킬에 무척 만족해한다. 그렇다면.... 된 거 아닌가? 어차피 인터넷 최저가 검색해서 공동구매하는 것도 아닌데, 가격 깎는 것에 집착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시간과 고갈되는 체력도 내가 가진 자산이니 너무 가격에만 눈 부릅뜨지 말 것. 적당히 속아주고 낄낄거리며 상인들과 농 주고받는 것도 인도를 즐기는 방법이다.

 

03. 셀프 힐링 방법.

  인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지친다. 그 지침이 유럽이나 일본여행과는 좀 다른.... 쪼잔한 피로감의 누적이다. 이걸 풀어가며 여행을 계속해야 하는데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돈 질'이다. -  암만, 힐링은 돈으로 하는 게 짱이지.

 예산 상의 요령은 이렇다. 가령 한 달-30일 일정이라면 대부분 [1일 평균 경비 * 30일 ] 그렇게 기본 경비를 계산하는데 거기에 힐링 비용으로 10%을 가산한다. 30일이 아닌 33일. 즉 열흘 당 하루 치를 더해서 '사치' 비용으로 빼두고 심신이 좀 후달린다 싶을 때 나를 위해 좋은 숙소,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지른다. 그렇게 해서 여행 내내 지친 몸과 마음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10~20Rs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백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실랑이하며 더럽고 번잡한 거리를 배낭 메고 땀 흘리며 걷는다고 해서 내가 어디 팔려온 노예가 아니라 꽤나 귀한 시간과 비싼 비용을 들여 해외여행 중인 여행객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각성시킨다. 좋은 서비스를 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간도 돈도 여유롭게 쓰면서. 그러고 나면 좀 낫다 치유가 된다.  벵갈과 꼴까따에서 환타님과 어울려 지른 지출이 지갑엔 데미지를 주었지만 멘탈엔 적잖이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현지인들과 섞여 먹는 음식들 맛도 좋지만

가끔 이런 데서 상위 10% 레벨로 즐겨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그 말임.

 

04. 출발 전 체크해야 할 준비물

 [배낭]

 여행스타일에 따라 무척 다양할 테지만 기본 구성은 큰 배낭 + 작은 가방 + 돈 가방(복대)일 텐데  큰 배낭 선택 시 추천하고 싶은 건 10L 정도 여유 공간을 두고 꾸릴 것. 현지에서 이것저것 많이 사게 되는데 그런 것들도 감안해서 넉넉하게 큰 배낭을 준비해야 여유롭다. 공간이 빡빡하면 짐꾸릴 때 테트리스 하느라 스트레스 쫌 생김. 지퍼 잠금 자물쇠도 필수.

  3개월 움직이면서 사용했던 배낭. 32L 정도였는데 작았다. 침낭과 작은 가방이 여유 있게 들어가는 정도의 배낭을 추천.

배낭 커버도 있는 게 좋다. 비 만났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이동 중 시건장치 역할도 훌륭하다.

 

[버프]

 자전거 탈 때 많이들 사용하는 용품인데 무척 요긴하다. 먼지/ 햇볕으로부터는 물론이고 잘 때 머리까지 뒤집어쓰면 모기로부터 쉴드도 굿~! 가볍고 저렴하니 두어 개 정도는 준비하자. 암리챠르 갈 요량이면 흰색으로도 하나 준비할 것.

이런 모양새로 이어폰 꽂고 한국노래 흥얼거리면서 다니면 빠하르간지에서도 삐끼들 잘 안 붙는다.....;;;

 

[멕가이버칼]

 수염 정리. 병 따게. 과일손질(?) 기타 잡다 수리.... 꼭 필요함. 그리고 이런 툴은 뭐랄까, 가지고 있으면 안심된다.

 

[박스테잎]

 말이 필요 없다. 1개월 당 1개 챙기면 얼추 쓸만하다. 케이블 타이도 추가.

 

  속 심지는 빼버리고 납작하게 눌러 부피를 줄일 것. 두루마리 화장지도 이런 식으로 가지고 다니면 공간 절약된다. 그리고 여행용 티슈는 국내에서 몇 개 챙겨가면 때때로 요긴하다. 현지에서 구입할 두루마리는 저렴한 것 말고 들어보고 제일 무거운 것을 선택할 것. 제일 저렴한 화장지 사서는 '인도는 화장지 품질이 너무 안 좋다'라는 소리 하지 말자. 어디서든 비싼 건 좋다.

[후렛쉬]

 요즘 LED 플래쉬 작고 성능 좋다. 핸드폰으로 잠깐씩 대신할 수도 있겠지만 야외에서 두세 시간 있을 일이 생길 때면 하나 가지고 가는 게 좋다.

 

[액션 캠]

 굳이 여행을 위해서 장만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가지고 있으면서 "인도에서 쓸 일 있겠어?"라며 두고 가신다면 쫌 후회하심.

 기타 잡다한 것들은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 두었다가 다이소 쇼핑으로 해결하시거나 하면 된다. 스포츠타월, 속옷, 썬크림 등은 현지조달보다는 국내에서 쓰던 거 그대로 가져가는 게 좋고.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을 여행용 지갑은 델리에서 100Rs 정도면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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