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살다보면 주관식이 아닌 객관식의 선택에서 100% 동의하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할 때가 있다.
내겐 노무현이 그랬다.
그러나 그 선택 중 가장 후회하지 않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그 또한 노무현이다.

그런 그가 죽음을 택했다는 보도를 듣고 늦게나마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았다.


뉴스로 전해들었던 소식의 무게만으로도 힘든 발걸음이었는데 가는 길 또한 순탄하진 않았다.

시청 역 2번 출구 안.

얼마나 대단한 작전을 수행 중이시길레 전임 대통령에 대한 시민의 추모 길을 막는 지 모르겠다.

따져 물었지만 현장의 경찰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통제의 이유는 고사하고 소속과 관등성명조차 말해주는 '공무원'하나 없었다.

오히려 더 단단해 보이는 장벽으로 시민의 발을 묶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렇게 분향소로 가는 길은 봉쇄되었다.



결국 나는 경찰 차량 밑을 기어서 대한문 앞으로 들어갔다.

조문 온 시민들을 향해 중무장을하고 색소와 약품을 분사할 준비까지 하고온 전의경들.
'자칭'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세상 어느 전임대통령님 가시는 길에 드리는 조화가 경찰 차벽에 매달려있단말인가.

이것이 경찰들에 의해 천막이 철거 당하고 겨우 다시 차린 분향소다.

저 넓은 시청 광장은 잔디를 보호하느라 내어줄 수가 없어서 철통같이 지키고,

조문현장으로 들어가는 틈도 철통 같이 막는다.

양보 감사하단다.

공권력이 시민에게 강요하는 양보는 이런 거다.

오늘 저녁 저 공권력은 법 조항이 아닌 그들의 힘을 근거로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을 짓밟고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

경찰 차벽 하나로 세상과 차단된 분향소.

담장 바깥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는 지 모른다.

그저 좀 시끄러운 주말 저녁일 뿐.


헌법 제1장 총강 제 1조,
대한 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좋다. 멋진 문구다.

꽤나 그럴듯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저 헌법이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는가?' 이다.

민주주의?
히틀러도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고
북한의 공식 명칭또한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세상에 민주주의 아닌 나라가 어디있나.
대한민국도 민주주의 공화국이란다.
그러나,
우리가 막연히 바라고있는 이상과 발 디디고 있는 현실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