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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okyo_2009

도쿄, 마지막 닷새 째. 신주쿠 교엔/하라주쿠

by babelfish 2009. 5. 20.

마지막 날 아침.

어제, 맑은 날씨를 기원하면서 잠이 들었다. 날이 맑으면 새벽에 이케부쿠로를 간단히 보고 내려올 계획도 있었고,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는 신주쿠교엔 개장시간에 맞춰 둘러보고 하라주쿠에서 선물 몇 가지를 사면 ok. 그렇게 간단 소박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새벽, 빗소리에 깨었다. (-.-;;; 만랩 물의 요정의 축복. 아주 이젠 징그럽다.


밝은 날 사진으론 비가 잘 보이지 않는데 현실은 아주 촉촉했다.. ( -.-;;;; 그래도, 이렇게 앉아있다가 짐꾸리고 공항으로 바로 갈 순 없잖아, 이케부쿠로는 포기하더라도 신주쿠 교엔은 들르자, 비 내리는 정원이라니 나름 갠찮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약간. 오만상을 찌푸리며 준비를 하고 돌아갈 큰 짐을 절반정도 정리해두고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비가 안.내.린.다? 신발 끈 묶을때까지만 해도 빗 소리를 들었는데 현관문을 밀고 나오니 뚝 ! 하고 그쳤다.

이걸 재수라고 해야할 지, 약이 오른다 해야할 지.....-.-;;



 골목을 빠져나와 큰 길로 나서기 전 자판기. 비닐 우산 하나가 여닫이 손잡이에 얌전히 걸려있다.

 새 것은 아니지만 멀쩡해뵈는 것을 누가 저렇게 걸어놓았을까? 저런 식으로 필요없는 우산을 '처리'하는 걸까? '난 필요 없으니 다른 분 필요하시면 가져 가시든가 아니면 쓰레기로 버리세요?' 흠, 지금 내가 들고있는 쿠마가 주워다 준 우산도 저런 식으로 나한테 온 건가부다.





 혹시 몰라 JR패스를 끊었다. 금전적으론 손해를 볼 지도 모르지만 표 구입하는 시간도 절약하고 어차피 닛뽀리까진 갈 거니까.




러시아워의 신주쿠역을 가로질러 동남쪽 방향으로, 




 





 




 




 





 신주쿠교엔은 출입구가 세 개다. 그 중 신주쿠역 방향 출입구. 입장료 200엔, 둘째 날 나와 다른 동선으로 움직인 일행들이 꽤나 좋다고 한 번 가보라던 곳. 가까워서 언제든 갈 수 있다고 만만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오히려 더 미루다 마지막 날 아침에야 겨우 찾아왔다.



 

지도 축척 상으론 그렇게 커보이진 않는데 저 꼬불한 길을 돌려면 시간 깨나 잡아먹겠다.

 



 

입구들어서서 오른쪽으로 꺾어 움직이는데 바로 앞에있는 나무들 부터 한 카리스마 잡아주신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 내린 비로 원시림 같은 분위기까지 스멀 스멀~~, 여기 괜찮다 !

 





 













































 한동안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고 있다가 마침 멋진 노신사 한 분이 오시길래 잽싸게 부탁드렸다.
 "이 빨간 포인트에 맞추고 이 구도로 찍어주세요~~"
 빨갛다는 단어만 일본어로 섞어도 뜻은 대충 전달.'무식'은 점점 '용기'로 진화하고 있다. (-.-;;;

 일이 아니라 순전히 놀러 온 거라니, "야~ 좋네~~' 라며 웃으시던 아저씨. 한국인 저널리스트 친구분이 있으시다던데 일본어가 좀 만 길었으면 산책하면서 지금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을 텐데 좀 많이 아쉬웠다.  처음 보는 사람과 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 주고받는 거 많이 좋아라 하는데. - 지팡이 삼아 짚고 있는 저 녹색 우산은 일행 중 쿠마라는 친구가 어제 줏.어.다.준 우산이다. 비가 오락 가락 하는 날씨, 카메라가 뻗는 상황에서도 숙자 아저씨께서 권한 우산도 사양하고 비 맞으면서 쏘다녔는데 정작 우산 구해서 들고 다니니 이거 무쟈게 편하네? 쓰지 않을 땐 배낭에 걸고 다니면 그닥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이렇게 간단한 것을 무슨 똥배짱으로 버텼나 몰라........-.-;;;
















도쿄, 그 중에서도 신주쿠라는 대도심 바로 옆에 이렇게나 깊은 숲같은 정원이 있다. 도심의 녹지가 새삼 부럽다.



















 새벽부터 방금 전까지 많은 비가 온 덕에 습기 가득한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 수 있었다. 꽤나 괜찮은 아침이었다.


 

 신주쿠 교엔을 나와 바로 하라주쿠로~ 정원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써버렸다. 숙소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끽해야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 그동안 선물을 사고 돌아가야 한다. 막날은 언제나 바쁘다.





 

하라주쿠 역에서 나와 길을 건너는데 맞은편 패스트푸드점 앞에 사람이 가득 모여있다.
"뭐야, 가뜩이나 바쁜데!"

근데 모여있는 모양새가...... 뭔가 연예인이 있는 모양이다. 규모로 봐서 A급은 아니고 설마 내가 알아볼만한 사람은 아니겠지?

궁금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누군지 물어봐도 잘 알아듣질 못하겠다. (그게 당연한 거지-.-;;)

조금 기다려서 멀리 사람들 틈새로....! 픞, 저 개그맨!

 

                    



런던하츠에서 아츠시에게 호되게 당했던 사람이다.

일본 연예인 몇 명 안다고 그중하나를여기서 보다니. (근데, 하필이면 저 호색한?;;;;)










 하라주쿠는 사람구경만 했던 것 같다. 쇼핑센터 싫어라 하는데 그래도 이 거리는 사람사는 곳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막판 누나 네 줄 선물을 여기서 다 샀다. 난 어디 나가서 선물 같은 거 챙기는 거 잘 못한다. 확~ 눈에 들어오는 기념품이 있으면 모를까. 서울에서도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 사기가 만만찮은데 외국까지 나와서 선물이라는 거 영 어색하고 성가시다. (원래 쇼핑 센스가 없는 편이기도 하고) 선물을 주고받을 때는 기쁜데 과정은 영 번거로워서. (-.-;;; 어쨌든 아꼈던 예산은 여기서 다 질렀다.


자,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정리.


4일 동안 잠자리가 되어준 2층 침대,



불편했지만 인상적인 좁은 복도



저기 3층, 담요 널린 곳이 우리가 묵었던 방.
처음엔 저 담요가 빨래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만 보니 커튼인 것같다.....;;;;




배낭에 들어가기 어중간한 짐은 박스에 몰아넣고, 나머지 짐들 바리바리 싸들고 집을 나섰다.









첫 날 온 길을 되짚어 나리타로 향하는데.... !



 하늘이다. 파란 하늘 ! 첫 날 봤던 흐리멍텅한 푸르다 만 한늘이 아니라 비 갠 맑은 하늘이다. 이런 젠장.










 올 때는 기내 반입에 아무 문제없었던 삼각대를 나리타에선 골프채 박스에 포장하란다. 누가 보면 골프 관광다녀온 줄 알겧.......;;;
뭐, 어쩌것어. 공항마다 상황마다 다른 법대로 따라야지.



남은 엔화를 탈탈털어 면피용 선물을 챙겨 탑승 수속을 밟으러 갔다.




 비행기는 아주 가끔씩 타지만 비행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이 탑승객들이 적은 요금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항상 대기할 공간은 북적거리고 (보라, 이 난민 수용소 같은 열악한 환경을........-.-;;) 이것 저것 적어내고, 심사 받고, 뭔 일 생기면 그에 따른 심사도 추가되고, 일반적인 대중 교통편 중에 그래도 고가의 교통편인데 이런 정도의 '취급'이 과연 맞는 걸까.... 싶다.




인천까지 수고해 줄 JL 959군, 올 때보다 조금 큰 덩치다.   -   카메라 배터리가 다 된 관계로 사진은 여기서 끗 !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인지 이륙은 40분 정도 늦게 이뤄졌다. 돌아오는 비행에서도 기내식. 우리는 기초생활 수급 여행자.



*


 뭘 좀 정리하고 싶긴 했다. 차분하게 이 여행을 이랬다.... 는 따위? 그런데, 아쉬움이 좀 커서 그런가 그게 잘 안된다.
비만 안 내렸으면, 좀 덜 내렸으면, 미리 도쿄에 대해서 알고 왔었으면, 일본어를 조금만 더 알고 왔었으면. 아무 소용없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그런데 정리가 되려나? 딱히 목표도 없었던 여행의 기록을 이렇게나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돌아가는 비행기 속에서 정리가 안되네~~  라니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굳이 정리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지도 않고. 남은 것이 있다면..... 일본, 아니 도쿄에 가서는 이것저것만 알면 길 잃어버리지는 않겠다는 통밥?

정리는 시간에 맡기고 쉬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집까지 먼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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