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내가 중국 몇 번 갔었지? 서킷, 쿰부, 안나 3*2번에다 지금 와있는 것까지 더하면 7번 환승. 환승 1번에 1박 2일 씩이니 모두 더하면 14일. 공항 노숙 2번. 호텔 숙박 5번. 와~ 14일에 7박을 했는데 중국 하나도 몰라. 대중교통 한 번을 안 타봤어. 뭐 이러냐?
중국 국적 항공기 이용하면 딸려오는 환승호텔의 픽업 서비스를 받다 보니 이 지경이다.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 푸동, 청두, 홍치아오, 쿤밍 공항. 저렴해서 좋긴 한데 얘들 서비스 질이나 공항 직원들 태도가 사람 기분 안 좋게 하는 용한 재주가 있다. 좋은 여행지로 가면서 굳이 허름한 문을 이용하느라 시작하기도 전에 멘탈 한 번 털리는 느낌? 네팔행은 가격 차가 커서 항공사 바꾸는 게 타산이 안 맞겠지만 유럽 쪽은 가격도 비슷하던데 가성비를 좀 다른 각도에서 따져봐야겠다.
0723. MAD_빰쁠_생쟝 삐에드 뽀오흐
마드리드 오후 도착, T4 터미널 발 빰쁠 행 야간 버스. 장거리 비행 직후라 체력적으로 힘들...... 긴 뭐가? 별 거 없다. 이 정도면 견딜만한 시설이야. 몸이 힘들다기보다는 첫걸음에 중국 거쳐 도착한 유럽 - 낯선 환경에 어리바리하다가 짐 잃어버릴 번잡함 같은 게 좀 있긴 한데, 인도/네팔에서 구른 여행 구력이면 어려울 것도 없어. 젠장 그 경험을 걷기가 아니라 버스 이동에 써먹다니. 이딴 걸로 뿌듯해하지 마!!
0724. 생쟝_오리손_론세스바예스 ( 27.0km )
0725. 론세바_빰쁠로나_라라소냐 ( 28.5km )
재밌는 게, 저 790은 순례자가 아니라 운전자를 위한 표지다. 그런데 순례길 소개하는 유튭이나 방송사 프로그램에선 저 표지판을 순례자에게 대입해서 비장한 음악 배경으로 폼 잡으며 '앞으로 걸어갈 790.....' 따위의 나래이션을 깔더라. 왜들 그래, 어제 765 표지석 못 봤어?
0726. 라라소냐_빰쁠_사리끼에기 ( 26.0km )
0727. 사리끼에기_뿌엔떼 라 레이나_시라우끼 ( 22.5km )
0728. 시라우끼_에스떼야_이라체 수도원_로스아르꼬스 ( 36.5km )
여기서 나보다 하루 먼저 출발한 팀들을 여럿 만났다. 지난 3일간 각 한 구간 씩 더 걸은 게 쌓여 얼추 반나절 정도라 이렇게 됐네. '어, 나 잘 걷나?' 라며 빠르기에 재미 들였거든. 초반 적응하고 약한 현타가 올 때쯤이라 몸이 고생하는 만큼 뭐라도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 두리번거렸는데 낯선 동네라 뭐 걸리는 게 없더라. 그러던 와중에 '빠르기'가 괜찮아 보여서 이걸 성적표 삼아 '내가 잘 걷고 있다'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려는 심산으로 속력을 올린 게 순례길 초반 - 료하 지방을 퍽퍽하게 지나친 이유가 되었다. 지가 잘하는 걸 열심히 하겠다는데 뭐라 그럴 수도 없고 참..... -.-;;
0729 로스아르꼬스_로그로뇨 ( 28.5km )
0730. 로그로뇨_나헤라_아소프라 ( 37.0km )
0731. 아소프라_벨로라도 ( 38.5km )
그리고, 뜬금없는 표준 줌렌즈의 자유 낙하, 기능 상실.
2019년 여름, 스페인. 카메라의 망원 - 핸드폰의 표준 - 액션캠의 광각으로 펼쳐지는 3 바디의 기묘한 화각 여행이 시작된다! 망했어요.
0801. 벨로라도_아헤스 ( 28.5km )
0802. 아헤스_부르고스 ( 22.5km )
까미노 열흘 차에 부르고스 입성. 빨리 왔다. 왜 그랬어;;; 부르고스 도착이 10:30 쯤이었으니 막판 산업도로는 진짜 빨리 걸었네. 부르고스에선 할 일이 있었다. 염원하던 렌즈 수리. 이 정도 큰 도시면 가능할 거란 희망을 품고 온 도시를 싸돌아다녔더니 밴드에 찍힌 거리가 37km를 넘었네? 지도 상 이동 거리가 22km였으니 도시 안에서 15km를 헤맨거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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